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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존엄死를 선택했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노석조·양모듬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1-03 11:27

말기암 투병 美20代, 예고한 날에 결심 실행

"누구보다 살고 싶었지만… 내 가족들, 모든 친구들, 안녕"

“사랑하는 내 가족들과 모든 친구들 안녕. 오늘은 내가 존엄하게 죽기로 결정한 날입니다. 이 지독한 뇌종양은 내게서 소중한 것들을 많이 빼앗아 갔어요. 하지만 더 이상 빼앗길 수 없습니다.”

말기암으로 투병하면서“ 최악이 오기 전에 존엄사(尊嚴死)를 택하겠다”고 예고했던 미국 20대 여성이 1일 사망 직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존엄사 지지 시민단체인 ‘연민과 선택’은 “브리트니 메이나드(29)가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죽음을 맞았다”고 2일 밝혔다. 그녀는 의사가 처방해준 마취약과 극약을 차례로 먹고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들듯 세상을 떠났다.

명문 UC버클리를 졸업하고 UC어바인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메이나드는 네팔의 고아원에서 몇 달 동안 교사로 자원봉사를 할 만큼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방학마다 베트남·캄보디아·코스타리카 같은 저개발국을 돌며 자원봉사를 했다.

그런 그에게 올해 1월 1일 악성 뇌종양이란 시련이 닥쳤다. 4월 말 “6개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5년 연애 끝에 2012년 결혼한 신혼 새댁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메이나드는 낙담에 빠지지 않았다. 죽기 전 이루고 싶은 소원들을 적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했고, 지난달 21일 남편·친정어머니와 함께 마지막 소원이었던 그랜드캐니언 관광을 다녀왔다.

메이나드는 지난달 6일 “남편 댄의 생일 이틀 뒤인 11월 1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하겠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9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미국에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얼마나 고통이 극심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동정론에, “다른 환자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키는 공개자살일 뿐”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에 메이나드는“나도 정말 살고 싶다. 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고통이다. 상태가 더 악화하면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발작이 심할 땐 남편 이름조차 발음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족들도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거주지를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리건주로 옮겼다. 오리건은 미국에서 처음 주민투표를 통해 1997년부터 존엄사법을 시행하고 있다. 존엄사를 하려면 6개월 이하 시한부 환자이면서 증인 입회 하에 두 번 이상 존엄사 뜻을 밝히고, 의사 2명 이상의 진단을 받아 극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17년간 오리건주에선 752명이 존엄사를 택했고, 현재 이 법은 5개 주로 확대됐다.



메이나드는 그랜드캐니언 여행 후 잠시 상태가 호전되자 지난달 29일 존엄사를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자 예정대로 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오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겨라. 마음이 가는 것을 추구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노석조·양모듬 기자


→안락사·존엄사
인공호흡기·영양치료 등을 중단,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 인위적 조치로 생명을 예정보다 빨리 중단하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라고 한다. 우리 형법에선 존엄사를 소극적 안락사로 분류하는데, 미국에선 모든 안락사의 고양된 표현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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